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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Feb/120

전현무 재산공개, KBS 아나운서들의 ‘돈 자랑’이 부끄러운 이유!


뜬금없이 "전현무 재산공개" 라는 검색어가 인터넷에서 이슈가 됐다.

전현무를 포함한 다섯 명의 KBS 총각 아나운서들이 한 아침 프로그램에 나와 재산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가관이다. 공영방송 KBS에서 방송한 것 맞나 싶을 정도로 창피한 수준이다.




KBS 아침방송인 [여유만만]에 출연한 전현무, 오언종, 김기만, 김현욱, 조우종 아나운서는 자신이 1등 신랑감인 이유를 약 30초 동안 PR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현욱 아나운서는 고려대 학력에 간단한 집 한채가 있다고 자랑했고 오언종 아나운서 역시 통장 5개를 갖고 있고, 자동차에 현금을 두둑히 들고 있다며 현재 묵고 있는 집의 전세금도 융통자금이라고 설명했다. 전현무 또한 집 한채를 들고 있고 부채가 없다며 자신은 자유롭게 자란 외아들이라고 맞불을 놨다.

음주운전 파문으로 한동안 자숙의 시간을 가졌던 김기만 아나운서는 한술 더떠 "나는 스님이 사주를 봐주셨는데 왕의 기운을 타고 난 재물운이라 했다" 면서 서울대 사범대 학력을 자랑했다. 조우종 아나운서는 여기에 맞서 "아파트에 즉시 입주 가능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아파트에 지금 즉시 입주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덧 붙였다. 이에 발끈한 김기만 아나운서가 "강남권 작은집이 재건축 허가가 났다"고 하자, 옆에 있던 김현욱 아나운서는 "내 간단한 아파트는 서울시 용산구 역세권에 자리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다섯 명의 아나운서가, 그것도 '공영방송' KBS의 아나운서라는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자신의 학력과 재산을 자랑하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아침 방송은 대다수의 서민들이 즐겨 시청하는 시간대다. 이런 방송에서 대단한 스펙과 부유한 자산이 당연한 것처럼 떠벌이는 아나운서들의 모습이 과연 보기 좋은 모습이겠는가? 아무리 재미를 추구한다고 해도 지켜야 할 선이 있는데 이번 총각 아나운서 특집은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그들은 마치 학력과 재산이 신랑감 조건의 전부인냥, 그것이 없으면 '인생의 패배자' 인 것처럼 행동했다. 서로 내가 잘났다, 네가 잘났다 하며 여러 조건들을 세분화 해 비교를 했고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갔다는 둥, 역세권에 위치해 있다는 둥 하는 듣기 민망한 부동산 자랑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우스 푸어, 베이비 푸어 등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는 작금의 현실에서 KBS 남자 아나운서들의 과도한 재산 자랑은 절로 눈쌀이 찌푸려지는 촌극일 뿐이었다.

방송은 공공재다. 이건 무슨 뜻이냐하면 될 수 있는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여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총각 아나운서들의 경쟁적 재산 공개는 공공의 이익은 커녕,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만을 느끼게 한 최악의 특집이었다. 날로 치솟는 전세금에 골머리를 앓고, 집 담보 대출 이자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이 방송을 봤다면 과연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 과연 그런 사람들은 이 방송을 보며 마음껏 웃고 즐거워 할 수 있었을까.

아나운서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정년이 보장되어 있고, 연봉 역시 만만찮다는 것 또한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일이다. 허나 수 백, 수 천만의 시청자가 보는 방송에 나와서 학력이 어쩌니, 재산이 어쩌니하며 여기에서 이겨야만 '1등 신랑감'이 되는 것처럼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건 매우 위험하고 불쾌한 행동이다.

돈이 중심이 되고, 학력이 판단의 근거가 되는 사회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지금의 사회 분위기를 방송이 조장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아나운서들이 얼굴마담 역할을 하며 동조할 이유도 없다. 이런 특집을 방송이랍시고 버젓이 내보낸 제작진부터 출연자들까지 모두 고개 숙이고 반성해야 한다.

KBS 아나운서들의 '철없는' 돈 자랑을 보고 있노라니 바로 옆 방송국에서 공정 언론 사수를 위해 찬 바람을 맞아가며 파업을 하고 있는 MBC 아나운서들이 생각났다. KBS 아나운서들이 집 자랑, 차 자랑, 학력 자랑을 하며 히히덕 댈 때, MBC 아나운서들은 언론의 공정성 회복과 편향없는 제작 환경 조성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한 의지로 투쟁에 임하고 있다.

MBC 사측은 파업에 임한 노조원들에게 "강경대응 할 것" 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여차하면 해고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 아나운서들을 포함한 노조는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들은 생존과 직결된 '밥그릇'을 걸고 사측과 싸움을 하고 있다.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도 사람이다. 어찌 전현무, 김기만처럼 돈 많이 벌고, 부동산 재테크하며 편하게 살고 싶지 않겠는가.

허나 그들은 돈 보다, 부동산 보다 '언론인'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지금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작은 물질보다 더 큰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길 원하는 MBC 아나운서들은 남자건, 여자건, 신입이건, 고참이건 너나 할 것없이 눈발 몰아치는 차가운 거리로 자리를 옮겨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게 바로 사회 지식인으로서, 언론인으로서 아나운서들이 나가야 할 참된 길이다.

MBC 오상진 아나운서는 이번 파업 사태를 맞이하며 "현업에서 공정방송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죄송하다. 하지만 그간의 5번의 파업과 해고와 징계를 통해 아예 무기력하게 있지만은 않았다. 힘을 주시고 지지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아들로서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나중에 제 자신과 미래의 아들딸에게 떳떳한 부모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

어떠한가. 같은 총각 아나운서라도 '급'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발견할 수 없는 방송을 만든 [여유만만] 제작진과 KBS 아나운서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다. 조금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사회 양극화를 부추기고 서민을 조롱하며 돈과 학력이 인생의 전부인냥 포장하는 방송은 만들지 말길 바란다. 사회적 매개체인 방송이 해야 할 일은 이런 쓸데 없는 것들이 아니다. 아나운서들 역시 가볍게 방송에 임하지 말고 언론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길 기대한다.

30대의 아나운서들이 TV에 나와 집 자랑, 차 자랑에 열을 올리는 사이, 한 쪽에선 대출빚과 전세금에 허덕이는 사람이 속출하는 시대. 슬프게도 우리는 이렇게 형편없이 일그러진 시대를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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